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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기차 여행을 갔다왔다. 원래 내일로는 만 25세까지만 발권이 가능한 기차표여서(만25세 이상부터는 '하나로'라는 이름만 들어도 늙은이 냄새가 풀풀나는 기차표를 끊어야만 한다), 만 25세가 3개월 남은 이 시점에 마지막으로 가는 청춘여행이라 생각하고 여행을 결심했다.
그런데 국내여행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대통령님의 추진으로 내일로는 만 28세까지 연장이 되었고 심지어 이번년도 여름 내일로는 반값 할인행사! 이게 웬 떡이람. 나의 인생의 마지막 소소한 청춘여행이라는 여행의 메인 컨셉은 사라졌지만 반값이라니 봐줬다.
요즘엔 전남이 국내여행 핫플레이스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 순천-여수 일정을 잡았고, 마지막 날엔 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경남 통영으로 여행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정말 좋았던 여행이었지만, 셀카봉은 기차여정 중에 망가지고, 핸드폰 화질은 구려서 불가피하게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하게 된 게 아쉬웠다. 그래서 사진으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글로나마 채우고 싶어 나름 장문의 글을 쓰게 되었나.
순천역 도착 후 찍은 '행 복' 왜 찍었지?
게스트하우스에 짐 내려놓고 근처 식당에서 먹은 떡갈비. 순천은 장뚱어랑 꽃게가 유명했었나? 너무 더워서 그냥 눈에 밟히는 대로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었던 것 같다. 근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좋았음.
그 이후에 순천만 생태공원을 갔다왔는데, 아쉽게도 사진을 찍지 못했다. 순천만 생태공원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갈대밭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순천만 노을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음에 또 갈거다!
다음날 도착한 여수. 순천은 역부터가 촌동네 느낌이 나는데 여수는 되게 신도시 같은 느낌.
친구와 돼지국밥을 외쳤지만 아쉽게도 역주변에는 돼지국밥집이 없어서 대안으로 먹은 콩나물국밥. 나름 맛있었다.
그 이후에 사진은 남아 있지 않지만 오동도->돌산공원 케이블카->자산공원->여수밤바다 코스로 밤11시 넘게 돌아다녔다. 순천에서 순천만만 갔던 설움을 풀기위해 여수에서는 발이 터지게 걸어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힘들어서 사진은 콩나물 국밥 밖에 안 남아있네..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여수 밤바다. 길치인 친구와 핸드폰 배터리가 다 나가서 여수밤바다 반대편에서 정처없이 헤매다가 근처에 낚시하는 할아버지에게 길을 물었는데 여수밤바다는 10km넘게 가야하고 이 곳에서는 택시도 안 잡힌다고 아가씨들이 가기엔 힘들 거라고 해서 절망에 빠졌었는데. 할아버지가 흔쾌히 낚시를 접으시고 차로 여수밤바다 까지 데려다주셨다..여수 사람들은 진정 천사인 것인가.
택시비도 굳고 여수밤바다 야경도 너무 좋아서 기분이 배로 즐거웠다.
다음 날 통영 공설 해수욕장. 나는 에메랄드빛 바다에 황금빛 모래알을 밟고 싶어서 간 것인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인 정말 토종 바다색에 수면 위로 해초가 잔뜩 떠다녀서 레인슈즈에 해초 걸리고. 해수욕장을 거닐 때마다 굵고 거친 모래알이 신발 속으로 침범하여 정말 힘겨운 여정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 아쉬웠던 지 사진이 많이 남아있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도착. 예상했던 대로 벽화는 예뻤고 사람은 많았다.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먹은 꿀빵. 원래 빵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꿀빵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안에 들어있는 팥은 고소하고 겉에 묻어있는 꿀은 달달하고. 아몬드는 아삭아삭 씹히고. 그런데 유통기한은 단 3일.
통영하면 회. 친구랑 광어회 떠서 먹었다. 2만원어치.
다음날 진주역에 도착하여 먹은 산청돼지국밥. 여수에서 못 먹은 돼지국밥의 한을 진주역에서 풀었다. 돼지 비린내도 안 나고 담백해서 좋았다.
공포의 진주역. 열차 시간 간격이 헬이었다. 결국 2시간 기다리다 서울역행 ktx 표 5만원 입석으로 끊고 집에 갈 수 밖에 없었다. 자유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게, 아무리 즉흥적으로 스케줄을 짜더라도 열차 시간 or 버스 배차시간 및 정보는 꼭 여행 전에 확인 해야되겠다고 느꼈다. 정말 생고생할 자신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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