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 부산->서울 2박3일 후기. 1일차 (170722~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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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막연하게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국토종주를 드디어 가게 되었다. 사실은 폭염주의보에 장마까지 겹치는 상황이라서, 전날까지 갈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가 언제 이런 금쪽 같은 시간을 내어 열심히 자전거를 타보겠나 싶어 결국 강행했다.
준비물은 아래와 같이 최소한 간소하게!
버프, 쿨토시(팔,다리), 긴장갑, 쪽모자, 펑크패치키트, 여분튜브, 체인오일, 속옷, 추리닝위아래, 에너지바8개, 물통2개, 물티슈, 바세린, 핸드폰충전기, 썬크림, 전조등, 후미등
본래 서울->부산방향으로 시작하려 했는데, 서울에 비소식이 있어서 전날 급하게 부산->서울로 일정을 급변경 했다. 첫 날부터 비를 맞느니 차라리 서울로 올라오면서 비랑 정면돌파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다음날 아침. 새벽 6시35분 KTX열차 탑승! 아침을 못 먹어서 주먹밥과 함께.
자전거는 수하물칸에 앞바퀴 탈거해서 넣으면 딱 맞게 들어간다! 다행히 아침이라 탑승인원이 적어서 눈치 보이지는 않았다.
부산KTX역에 도착해서 낙동강하구둑까지 자전거 타고 13KM정도 가면 된다. 네이버 지도로 찾아갔는데, 중간에 터널 지날 때 덤프트럭이 많아서 좀 위험했다.
낙동강하구둑 도착해서 찍은 첫 도장!
이후로는 땡볕에서 자전거 타느라 힘들어서 사진 찍을 새가 없었음.
원래 창녕함안보까지 가서 점심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가는 길에 너무 덥고 배가 고파서 중간에 이름 모르는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다짜고짜 식사 되냐고 물어봐서 먹은 매운탕. 매운탕 치고 국물이 생각보다 맑고 슴슴한 맛이라서 맛있게 잘 먹었다!!
정말 너무 목이 말라서 자꾸 사이다를 찾게 됐다. 점심 먹기 전 1병, 점심 먹으면서 1병, 먹고난 후 1병.
창녕함안보를 지나 합천창녕보로 가는 길. 중간에 또 휴게소에 들러서 먹은 사이다랑 애플망고. 사진에는 없지만 이후에 포카리스웨트 1병도 원샷 했음. 너무 덥고 땡볕이라 이렇게 보급을 하고도 3~4KM만 가도 힘들어서 자꾸 쳐졌다.
휴게소에서 나왔는데 보이는 약업힐.
국토종주 뭐 날씨만 덥지 않으면 진짜 할만하겠다 싶었다. 왜냐면 이 때까지 약업힐 밖에 없는 실크로드를 탔기 때문이었다.
중간에 버스정류장 색감이 예뻐서 무심코 찍었는데, 왼쪽에 써있는 "박진"이라는 글자가 앞으로의 고난과 역경을 예견함을 나는 왜 미처 깨닫지 못했을까.
그렇다. 국토종주러들이 혀를 끌끌차는 박진고개(aka 빡친고개)였다. 박진고개 가기 전까지 은은한 약업힐이 이어지길래 국토종주 뭐 별 거 있나 하며 아우터로 열심히 땡기면서 타다가, 갑자기 급경사가 시작되어 놀란 마음으로 고개를 쳐들어보니 하늘로 끝없이 치솟은 도로가 보였고, 나는 숙연히 클릿을 뺐다.
정상에서 경치가 예뻐서 찍었는데, 자전거 타지 않은 뚜벅이 상태에서는 날벌레+파리+모기 콤보가 위잉이잉 거리며 내 주변에 라디오가 형성 된다. 서울 한강 자전거도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연라디오^^
땀범벅에 온 몸은 만신창이에 빡친고개까지 경험 했으니 오늘은 더이상 무리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근처 합천창녕보 전에 있는 "적교장"이라는 모텔에서 묵기로 결정.
숙소에서 짐 정리하며 져지포켓주머니에 있는 에너지바를 꺼냈는데 녹아내리기 직전이었다. 내가 오늘 정말 많이 고생하긴 했구나.
오늘 고생한 나에게 상을 줘야겠다 싶어서 치킨을 시킴. 카드 결제는 안 된다고 해서 계좌이체 해주겠다고 했는데 전화 상으로 나에게 말한 치킨 가격과 달라서 반문하니 천원 할인. 시골인심인지 시골덤탱이인 지 긴가민가 했으나 치킨의 맛으로 판단하기로 결정.
다행히 치킨맛은 훌륭했다. 그래서 봐줌.
열심히 자전거 탄 후 샤워하고 배불리 치킨도 먹고 에어컨 빵빵한 상태에서 탱자탱자 티비보며 누워있었다. 이게 바로 지상낙원인가 . 1일차 150KM 끝. (낙동강하구둑->합청창녕보15KM 전 적교장모텔)